리더십
[성과관리/평가면담] 냉소·무기력형 피평가자, “포기한 척하지만 사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By 김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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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5.
연말 성과 시즌, 리더에게 가장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사람은 사실 크게 반발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이 조용히 선을 긋는 사람입니다.“어차피 열심히 해봐야 A+는 못 받는 거 아닌가요?”
“별로 할 말은 없고… 팀장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뭘 말해봐야 바뀌지도 않잖아요.”소리도 없고, 감정 폭발도 없습니다.
그러나 리더는 이렇게 느끼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 “이렇게 무기력해진 사람을 어떻게 세우지?”
• “포기가 아니라 벽을 치고 있는 건가?”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냉소·무기력형 피평가자를 TIPP의 O-FEAR-S 프레임으로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대화를 설계할지에 대해 살펴봅니다.
1. 이들은 왜 이렇게 ‘차갑게’ 반응할까?
이들은 겉으로는 조용하고 순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면에서는 다음 세 가지 심리가 작동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1) 학습된 무기력 – “해봐야 안 바뀐다”는 축적된 경험
냉소, 무기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경험이 축적되었기 때문입니다.
• 여러 번 시도했지만 인정받지 못한 경험
•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느껴온 경험
• 노력 대비 보상이 매번 아쉬웠던 루틴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사람들은 “해도 소용없다”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상태에 들어섭니다.
그리고, 감정 폭발 대신 감정 단절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2) 정서적 회피 –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막
이들에게 리더와의 면담은 “다시 평가받는 자리”이고, 따라서 평가는 곧 자기가치(Self-worth)와 연결됩니다.
따라서, 억울형처럼 “울고 호소”하는 대신, 감정을 접어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제 탓이죠.”
“팀장님 뜻대로 하겠습니다.”
➡︎ 이것은 복종이 아니라 감정이 드러나면 더 아프다고 느끼는 회피 기제입니다.
3) 대화의 안전 부족 – “말해봐야 오해받을 뿐”
냉소, 무기력형의 핵심은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논리적 설득이 아니라 심리적 안전감 회복입니다.
2. 대화 안으로 들어올 의지
이들은 “대화 안으로 들어올 의지”를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하 – 금방 풀리는 거리두기형
• 말수는 적지만 탐색형 질문에 조금씩 반응
• “아… 그 얘기라면 할 말 있습니다”로 전환 가능
• 라포만 복구되면 정상 대화 복귀
🔹 중 – 한 겹의 벽이 존재하는 냉소형
• “말해 뭐해요” 식의 체념성 반응
• 깊게 들어가면 말문이 막히고 다시 단답으로 돌아감
• 심리적 안전 신호를 여러 번 줘야 참여 가능
🔹 상 – 강한 단절 상태의 무기력형
• 회의실 입장부터 표정·태도 모두 닫혀 있음
• “예.” “아닙니다.” “그냥 하세요.”만 반복
• 관계 회복 없이 바로 성과 얘기를 꺼내면 대화가 아예 진행되지 않음
🖍️ 이 유형은 섣부른 ‘설득’보다는 ‘관계 회복’이 먼저입니다.
3. 상/중/하 별 최소 성공 기준
냉소형과의 면담에서 리더가 절대로 잡으면 안 되는 목표가 있습니다.
❌ “오늘 마음까지 완전히 열게 만들겠다”
이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대신 최소 성공 기준은 이렇게 잡습니다.
✅ 하 – 쉽게 전환되는 유형
• 방어적 태도가 완화되고
• 직원이 최소 2~3문장 이상의 자기 생각을 말한다
• 개선 방향 1가지라도 직원 본인 입에서 나온다
✅ 중 – 한 겹 방어막이 있는 유형
• 단답 → 짧은 의견 수준까지 대화 회복
• “그래도 다음엔 ○○ 정도는 해볼게요” 수준의 합의
• 평가 시스템 냉소를 “개선 의견” 선으로 전환
✅ 상 – 강한 단절 상태
• 면담 중 감정 단절(침묵·냉소)이 더 악화되지 않음
• 관계 단절 없이 대화를 종료
• 다음 대화를 위한 ‘관계의 실마리’ 한 줄 확보(“다음 목표 설정은 같이 보시죠.” 수준)
4. O-FEAR-S 대화 예시
냉소형은 **E(Evidence)**나 **A(Action)**보다 O(Opening)와 F(Feeling), 관계 재연결이 필수입니다.
1) O – Opening
대화의 목적을 “평가”가 아니라 “함께 이해·정리”로 세팅
리더
“오늘 면담은 단순히 등급을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올해 어떤 부분은 잘 되었고, 어떤 부분은 어려웠는지 함께 정리해보는 시간으로 보고 싶습니다. 편하게 이야기해주셔도 괜찮습니다.”
➡︎ ‘관계적 안전’이 우선입니다.
2) F – Feeling Awareness
직원의 냉소를 감정으로 간단히 인정해주는 단계
직원
“뭐… 어차피 열심히 해도 A+는 못 받잖아요.”
리더
“그렇게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노력 대비 결과가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이 있으셨겠죠.
오늘은 그런 흐름도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 감정을 “맞다/틀리다”로 평가하지 않고 부드럽게 인정하는 것이 핵심.
3) E – Evidence Clarification
성과 내역과 기여도를 먼저 인정하며 근거를 구조화
리더
“올해 ○○ 프로젝트에서 보여주신 기여는 분명했습니다.
다만 A+는 목표를 크게 초과한 사례나 조직 차원의 추가 기여가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님은 상위권 성과였지만 A+ 기준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었습니다.”
➡︎ 기준 → 절차 → 실제 성과 순으로 설명.
4) A – Action Alignment
“그럼 다음엔 무엇을 다르게 할까?”를 함께 회고
리더
“만약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이번과 다르게 시도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하나만 얘기해주셔도 됩니다.”
직원
“…초기 목표 설정 때 조금 더 공격적으로 제안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리더
“네, 그 부분은 분명 좋은 방향입니다.
그럼 그걸 내년 첫 단계의 실행 포인트로 잡아볼까요?”
➡︎ 냉소형은 작은 합의 1개면 충분합니다.
5) R – Reinforcement of Growth
“기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
리더
“오늘 대화에서 ○○님이 포기하지 않고 내년엔 이렇게 바꾸겠다고 말씀해주신 부분이 저는 가장 의미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님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기대 전달 → 참여 의지 회복
6) S – Summary & Share Feelings
리더 혼자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합의 점검”
리더
“오늘은 올해 성과 흐름을 정리하고 내년엔 ○○을 먼저 해보기로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잘 정리한 걸까요?”
직원
“네. 그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5.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폭발 트리거’ 3가지
냉소형은 억울형처럼 울거나 공격형처럼 반박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마음을 완전히 닫습니다.
따라서 다음 표현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 트리거 1. “왜 그렇게 말해요?” – 정서에 대한 심판
• “왜 그렇게 냉소적이세요?”
• “그게 무슨 뜻입니까?”
👉 효과
→ PDF p.8의 경고처럼, “왜요?”는 최악의 압박형 질문
→ 단절 심화 + 말문 완전 닫힘
🔴 트리거 2. 감정·거리두기 자체를 문제 삼는 말
• “왜 이렇게 말이 없어요?”
• “좀 더 적극적으로 말해보세요.”
👉 효과
→ 냉소가 강화되고, “또 내가 문제라는 건가”로 해석됨
→ 무기력 → 냉소 → 더 큰 단절의 악순환
🔴 트리거 3. 결론만 강요하는 표현
• “어쨌든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 “결과는 바뀌지 않으니까 그냥 합시다.”
👉 효과
→ 통제감 상실 → 관계의 끈 완전 단절
→ “형식적 면담이네”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임
6. 막막하다면, 이 3가지만 꼭 기억하세요
1️⃣ “냉소는 무관심이 아니라,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다.”
•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없다고 느끼는 상태
• 감정 인정 + 탐색형 질문이 반드시 먼저 필요
2️⃣ “작은 말 한마디가 대화의 흐름을 연다.”
• 단답 → 짧은 문장 → 의견 → 합의
• 이 작은 전환이 사실상 냉소형 면담의 가장 큰 성공
3️⃣ “리더가 지켜야 할 것은 ‘해결’이 아니라 ‘관계의 기반’이다.”
• 관계적 안전 → 대화 참여 → 기준 설명 → 실행 계획
• 순서를 건너뛰면 대화는 다시 단절된다.
냉소·무기력형 피평가자는 리더에게 가장 난이도 높은 유형이지만, 동시에 가장 의미 있는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형입니다.
해답은 설득이 아니라 ‘심리적 안전감’입니다.
이번 성과 시즌에는 “말을 끌어내려는 팀장”이 아니라 “말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주는 팀장”으로 서시기를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