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성과관리/평가면담] 억울형 피평가자, 눈물 뒤에 숨은 ‘인정 욕구’를 읽어보세요

By 김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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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4.
이전 글에서 기준과 제도를 앞세워 리더를 몰아붙이는 “공격형 피평가자” 대응법에 대해 알아보는데, 이번에 다룰 대상은 논리보다 감정이 먼저 터지는 사람들, 즉 “억울형(감정 격앙형) 피평가자”입니다.
“제 노력 제일 잘 아시잖아요…”
“개인 시간까지 다 쏟아부었는데 이 결과면 너무 억울해요…”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봐주시면 안 돼요…?” (눈물, 흐느낌, 때로는 울음 폭발)말이 논리적으로 이어지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눈물이 차오르고, 목이 메이고, 심하면 크게 울어버리는 유형이죠.
리더 입장에서는 “지금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더 말하면 상처가 될까 봐, 그렇다고 안 말할 수도 없고…” 하는 최고 난이도의 성과 면담 장면입니다.
1. 억울형은 왜 이렇게 반응할까?
눈물은 약함이 아니라, ‘정체성·공정성·미래’가 동시에 건드려졌다는 신호입니다.
억울형 피평가자는 겉으로 보기엔 이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 “감정에 치우쳐서 합리적인 대화가 안 되는 사람”
• “조금만 얘기해도 바로 울어버리는 사람”
하지만 심리적으로 보면, 다음 세 가지가 동시에 흔들릴 때 억울형이 됩니다.
1) 정체성 위협 – “나는 정말 열심히 하는 인재인데, 그게 부정당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자기 이미지가 있습니다.
“나는 남들보다 더 책임감 있게,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기대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순간, 뇌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 “내가 믿어온 ‘나’가 부정당했다.”
✔︎ “이 등급이면 나는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사람’이 되나…?”
이런 정체성의 위협이 눈물의 1차 원인입니다.
2) 공정성 의심 – “내 노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절차적 공정성 이론에서, 사람은 결과보다 “그 결과가 어떤 기준과 과정으로 결정됐는가”에 더 민감합니다.
기준이 애매하게 공유되었거나, 리뷰 프로세스가 불투명하다고 느껴지면, 머릿속에는 이런 말이 떠오릅니다.
✔︎ “내 노력은 제대로 봐주지도 않고 숫자만 본 거야.”
✔︎ “운·정치·보이지 않는 힘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거야.”
그래서 억울형은 끊임없이 “노력”을 말합니다.
“제 노력 아시잖아요.”
“주말·야근까지 다 했는데 이 결과면 너무 한 거 아닌가요?”
3) 미래 위협 – “이러다 내 커리어와 연봉이 막히는 거 아니야?”
평가 결과는 단순 ‘이번 연봉’이 아니라 향후 승진·보직·프로젝트 기회와도 연결됩니다.
따라서, 억울형은 현재 등급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이 닫히는 느낌 때문에 더 크게 흔들립니다.
“이 등급이면 다음 인사 때 나는 끝난 거 아닌가…”
“이렇게 찍히면 앞으로 기회가 올까…”
이 세 가지(정체성·공정성·미래)가 동시에 위협받을 때, 사람은 공격보다 ‘울음과 호소’ 쪽이 더 안전한 방어 전략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억울형은 “약해서 우는 사람”이 아니라, “그만큼 이번 평가가 절실했던 사람”으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
2. 얼마나 쉽게 물러설까
리더 입장에서 볼 때, 억울형을 “얼마나 쉽게 현실 수용 지점까지 오는가” 기준에서 보면 판단이 한결 쉬워집니다.
🔹 하 – 감정 표현은 있으나, 비교적 빨리 정리됨
• “속상하긴 한데… 팀장님 말도 이해는 돼요.”
• 눈물이 맺히거나 목이 메이지만, 금방 진정됨
• 설명을 1~2번 반복하면 “아쉽지만,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알겠습니다.” 정도에서 마무리
🔹 중 – 흐느낌·눈물 + 반복적 재확인 요구
• 실제로 눈물을 흘리며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해요…”를 여러 번 반복
•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세요.”, “다음 리뷰 때 재검토해 주실 순 없나요?” 등 재조정 요청이 계속 나옴
• 그래도 어느 지점에서는 “동의는 못하지만, 결과는 안 바뀐다는 건 알겠습니다.” 수준으로 멈춤
🔹 상 – 울음·오열로 대화가 중간에 멈추는 억울형
• 말이 이어지지 않을 정도로 울거나,
• 몇 분 이상 흐느끼며 자신의 억울함을 반복
• 이 상태에서는 논리·기준 설명을 늘려도 거의 들리지 않음
• 한 번의 면담 안에서 “감정 수용 + 기준 설명 + 미래 계획”을 모두 다루려 하면 거의 반드시 폭발
3. 상/중/하 별 최소 성공 기준
완벽한 합의를 목표로 잡는 순간, 리더는 스스로 실패를 예약하는 셈입니다.
억울형은 강도에 따라 목표를 다르게 잡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 하 수준 – “이해”까지 가면 충분
• 평가 기준·절차·결과에 대해 서로 다르게 기억하지 않는 상태까지 설명
• 직원이 “아쉽지만, 왜 이렇게 나왔는지는 알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성공
✅ 중 수준 – “결과는 안 바뀐다는 사실 수용”까지 가면 충분
• 여러 번의 감정·질문이 오갔지만, 대화가 인신공격·감정 싸움으로 번지지 않음
• 결과는 유지하되, 직원이 “동의는 못하지만, 결과가 바뀌긴 어렵다는 건 알겠습니다.” 수준의 현실 인식까지 도달
• 필요하다면, 이의 제기는 감정이 아닌 절차(제도·리뷰 프로세스)를 통해 하도록 안내
✅ 상 수준 – “오늘은 감정+팩트까지, 미래는 2차 면담으로”만 해도 성공
• 울음·오열이 있었지만, 리더가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로 면담을 마무리
• 오늘의 목표를 감정 수용, 결과·기준·절차의 팩트 공유까지만 두고, 실행계획·미래 이야기는 2차 면담으로 분리
• 면담 종료 후, 오늘 합의한 부분과 이견이 남은 부분을 간단히 정리해 기록으로 남기면 성공입니다.
4. O-FEAR-S 대화 예시
1) O – Opening : “혼내는 자리가 아니라, 이해를 맞추는 자리”를 먼저 세팅
리더
“오늘 면담이 편하게 들리진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 평가가 어떤 기준과 과정으로 나왔는지, 그리고 ○○님이 느끼신 억울함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는 서로 다르게 기억하지 않도록 맞춰보고 싶습니다.”
👉 “위로”도 아니고, “판결”도 아니라, “현실을 오해 없이 맞추는 자리”라는 프레임을 깔아 둡니다.
2) F – Feeling Awareness : 울음을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보기
직원
“저 정말 너무 억울해요… 개인 시간까지 다 쓰면서 했는데 이 결과면 너무한 거 아닌가요…?” (눈물)
리더
“그만큼 시간을 쏟으셨으니까, 이 결과가 ○○님께 훨씬 더 크게 느껴지실 수 있겠어요.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잠시 숨 좀 고르고, 괜찮으실 때 천천히 이어가도 될까요?”
(잠시 침묵 허용, 물·휴지·화장실 등 짧은 휴식 제안)
👉 이 단계에서 설명·조언·판단은 금지입니다. “느낌 이름 붙이기 +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알려주기”까지만 하시면 됩니다.
3) E – Evidence Clarification : “노력”과 “성과”를 연결해 보는 단계
감정이 조금 가라앉았을 때, 이제 노력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 성과 이야기를 꺼냅니다.
리더
“○○님이 얼마나 밤늦게까지, 주말까지도 업무를 챙겨오셨는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결과가 더 마음을 무너지게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이제 한 번, ○○님의 그 노력과 회사가 본 ‘성과 기준’이 어디에서 일치했고, 어디에서 어긋났는지를 같이 차분하게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이후에는 회사 기준을 짧게 설명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곁들입니다.
“회사 기준에서는 합의된 목표 달성도, 목표 외 추가 성과, 조직 차원의 기여도,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보았습니다.
○○님의 경우, △△ 프로젝트를 끝까지 책임지고 가져가신 점, 고객 이슈를 성실히 대응하신 부분은 저도 높게 평가했습니다.
다만, 회사에서 이번에 특히 A+로 본 지점은 ○○와 같이 조직 전체에 영향을 주는 성과들이었습니다.
그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차이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4) A – Action Alignment : “앞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억울형의 진짜 질문은 종종 이겁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일 건가요?”
그래서 Action 단계에서는 “미래의 인정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리더
“이번 결과 자체는 오늘 바꾸기 어렵지만, 저는 ○○님이 다음 사이클에서 더 잘 인정받을 수 있는 방향을 같이 찾고 싶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다시 온다면, 이번과 다르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떠오르세요?”
직원
“이번에는 목표 설정 때부터 제가 좀 더 주도적으로 추가 과제를 제안했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리더
“좋습니다.
그러면 다음 사이클에는 목표 설정 단계에서 본인이 먼저 추가 기여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중간 리뷰 때 ‘성과 정리’ 자료를 먼저 가져오는 것, 이 두 가지를 집중 포인트로 잡아볼까요?
그 부분은 제가 같이 지원하겠습니다.”
5) R – Reinforcement of Growth : “실패자”가 아닌 “다시 일어날 사람”으로 자리 바꾸기
리더
“이번 결과가 아쉬운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만 저는 오늘 대화에서 ○○님이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신 점, 그리고 ‘다음엔 어떻게 다르게 해볼지’를 함께 고민하려 하신 점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그 지점에서 이미 성장이 시작됐다고 저는 믿습니다.”
👉 억울형은 “내 노력이 완전히 헛된 게 아니다”라는 문장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회복감을 느낍니다.
6) S – Summary & Share feelings : “합의된 문장”을 남기는 마무리
리더
“오늘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번 등급이 회사 기준과 리뷰 과정을 통해 어떻게 결정됐는지, ○○님의 노력과 성과가 그 안에서 어떻게 반영됐는지, 다음 사이클에서 달라져야 할 행동 두 가지, 이렇게 세 가지를 함께 맞춰본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정리한 내용이 ○○님께도 이렇게 이해되고 있을까요?”
직원
“네… 결과 자체는 여전히 아쉽지만, 기준과 과정, 그리고 제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는 알겠습니다.”
5.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폭발 트리거’ 3가지
🔴 트리거 1. “저도 어쩔 수 없어요.” – 리더의 ‘피해자’ 선언
✔︎ “사실 저도 동의하지 않는데, 위에서 그렇게 정한 겁니다.”
✔︎ “저도 마음은 같지만, 어쩔 수 없어요.”
👉 효과
→ 리더의 영향력·신뢰·존중이 한 번에 무너집니다.
→ 직원은 “이 사람은 아무 힘도 없는 전달자”라고 낙인찍고, 이후 협업·신뢰·동기부여가 크게 떨어집니다.
🔴 트리거 2. 감정을 평가·축소하는 표현
✔︎ “너무 감정적으로만 보는 것 같은데…”
✔︎ “흥분하지 마시고, 이성적으로 봐야죠.”
✔︎ “그 정도로 화낼 일은 아니잖아요?”
👉 효과
→ “내 감정을 무시당했다”는 느낌 → 분노·방어의 급상승
→ 그 순간부터 리더가 제시하는 어떤 기준·근거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 트리거 3. 결론을 못 박는 단정적 언어
✔︎ “어쨌든 회사 기준상 제가 맞아요.”
✔︎ “결과를 바뀔 수 없으니까, 이 논의는 의미가 없어요.”
✔︎ “그래도 결국 받아들이셔야 해요.”
👉 효과
→ “대화가 아니라 입 막기구나”라는 인상을 줍니다.
→ 통제감 상실이 극대화되며, “윗선 메일”, “공식 이의제기”, “HR 민원” 등 더 큰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6. 막막하다면, 이 3가지만 꼭 기억하세요
1️⃣ “위로가 아니라, ‘사실과 감정의 균형’을 목표로 한다.”
• 울고, 억울해하고, 감정이 폭발하는 건 비정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 그렇다고 감정만 따라가면 ‘노력=성과’라는 오해를 더 강화하게 됩니다.
🖍️ 결국 리더의 목표는, 감정을 인정하되 성과의 사실축을 잃지 않는 균형을 지키는 것입니다.
2️⃣ “노력은 존중하되, 결과는 분리해서 다룬다.”
• 억울형은 대개 ‘노력 → 인정받아야 한다’는 심리가 강합니다.
• 노력에 공감하지 않으면 폭발하고, 결과만 강조하면 무너집니다.
🖍️ 따라서 “노력은 충분히 알고 있다”는 존중과 “성과는 결과물 중심으로 본다”는 원칙을 동시에 전달해야 합니다.
3️⃣ “흐트러지지 말고 ‘대화의 중심축’을 유지한다.”
• 울음·흐느낌·감정 쏟기 등 강한 감정에 리더가 흔들리면, 대화는 바로 논점 이탈로 이어집니다.
• 리더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기준을 흐리지 않는 것,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지 않는 것, 감정 폭발 이후에도 다시 사실의 축으로 부드럽게 복귀시키는 것, 이 중심축이 무너지지 않아야, 억울형과의 대화는 파국이 아니라 ‘회복’으로 끝납니다.
억울형 피평가자는 강한 감정과 강한 인정 욕구가 동시에 작동하는 가장 다루기 어려운 유형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유형은 리더가 감정 수용·사실 관리·대화 구조 유지라는 세 가지 역량을 단단하게 세울 수 있는 가장 빠른 성장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번 성과 시즌에는 눈물과 억울함에 끌려가 흔들리는 리더가 아니라, “공감은 따뜻하게, 기준은 단단하게” 유지하는 리더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