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타사사례/성과평가] 다면평가를 바꾼 건, 스킬이 아니라 '리더의 표정 3초'였다

By 김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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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12.
#감정관리 #리더십 #다면진단 #조직심리 #피크엔드법칙 #메라비언법칙 #리더코칭사례
“직원들이 또 다면으로 불만을 쏟아내면 어쩌지?”
“이번에도 나만 공격받는 느낌이면 어떡하지…”평가철이 시작되면 리더들은 숫자가 아니라 감정의 지뢰밭을 먼저 떠올립니다.
사람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평가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둘러싼 감정의 순간들이기 때문입니다.이번에 소개할 리더 분도 그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권한은 없다고 느끼고, 팀원은 예민해지고, 표정 하나가 다면진단 점수로 돌아오는 현실 속에서 마침내 이렇게 말했습니다.“말 한 마디, 표정 한 번이 이렇게 큰일이 돼버리나요? 도대체 뭘 더 할 수 있죠?”
하지만 코칭을 통해 그는 깨닫게 됩니다.
문제를 만든 것은 권한이 아니라, 팀원이 기억하는 한순간의 감정(피크엔드)과 표정·톤이 남기는 감정의 인상(메라비언)이었다는 것을.이번 글에서는 한 리더가 무력감에서 벗어나 ‘감정을 설계하는 리더십’으로 전환한 실제 코칭 사례를 소개합니다.
※ 이해를 돕기 위해, 스토리를 약간 각색하고, 이론에 대한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1. 오전 8시, 무너진 리더의 첫 마디
그날 코칭은 이례적으로 오전 8시, 업무 전 긴급하게 잡힌 세션에서 시작됐습니다.
리더는 평소보다 훨씬 지친 얼굴로 앉자마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리더라고 하지만… 실제로 가진 권한이 없어요.”
리더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팀 분위기가 크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 직원들은 사소한 표현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고
✔︎ 회의 중 자신(리더)의 표정이 잠시 굳기만 해도 바로 위축됐으며
✔︎ 다면진단 시즌에는 리더에 대한 불만을 집중적으로 적어냈고
✔︎ 그 결과 회사에서는 리더에게 “관리 실패”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었습니다.
“말 한 마디, 표정 한 번이 이렇게 큰일이 돼버리나요? 도대체 뭘 더 할 수 있죠?”
그의 말은 빨랐고, 말과 말 사이에는 권한 박탈감 · 관계에서 오는 피로 · 인정 상실 · 감정 소진이 동시에 얹혀 있었습니다.
저는 한동안 그가 쌓아둔 감정들이 모두 흘러나올 때까지 계속 듣고 있었고, 잠시 침묵이 흐른 후에 리더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팀 관리가… 그냥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2. “그런데 리더님, 지금 그 표정을 팀원들도 볼까요?”
리더의 말(내용)은 차분하고 합리적이었지만, 서서히 감정이 쌓이면서 표정이 변하고, 톤이 짧아지며, 문장은 날카롭게 끝났습니다.
이에, 두 가지 질문을 연속으로 던졌습니다.
“리더님이 의도한 것은 차분한 설명일 수 있지만,
직원들은 ‘그 순간의 표정’을 더 강하게 기억할 수 있어요.
리더님의 표정을 본다면, 직원들은 리더님을 어떤 리더로 떠올릴까요?”
“그리고 만약 그것이 그대로 다면진단에 반영된다면,
리더님이 바라던 리더상과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잠시 생각에 빠진 리더는 조용히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제 행동이 다르게 해석됐을 수도 있겠네요.”
3. 피크엔드, 직원들은 사건을 기억하지 않는다 - 순간을 기억한다
리더는 그동안 이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나는 팀을 위해 많은 걸 해왔고, 대부분의 시간을 차분하게 보냈다.
그러니 팀원들도 그 흐름 전체를 보고 평가하겠지.”
하지만 직원들이 실제 기억하는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사람의 뇌는 하루, 한 주, 한 달 동안의 모든 장면을 저장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대표 장면 몇 개’만 골라 전체 경험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사용하죠.
이것이 바로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입니다.
🧠 직원들은 어떻게 기억할까?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전체가 아니라, 다음을 기억할 뿐입니다.
✔ 감정이 가장 강하게 튀어나온 순간(Peak)
✔ 대화나 만남이 끝날 때의 마지막 느낌(End)
이 두 순간을 중심으로 “전체 경험이 어땠는가”를 판단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우리 뇌는 경험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모든 순간을 기억할 수 없으니,
가장 강렬했던 순간 + 마지막 순간을 ‘전체 경험의 대표자’로 삼자.”
🔍 직장에서는 리더를
리더가 평소 95%의 시간을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보내도,
• 회의 중 잠깐 굳어진 표정,
• 피드백에서 말끝의 짧은 날카로움,
• 바쁜 날 흘린 한숨 한 번,
• 이 몇 초가 직원에게는 리더를 떠올리는 대표 장면이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억합니다.
“리더는 예민하다.”
“리더는 나에게 화가 난 것 같다.”
“리더는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다.”
결국, 리더는 “나는 전체적으로 잘했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직원들은 “그 순간 때문에 힘들었다”고 기억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 결국, 중요한 건 전체가 아닌 ‘기억되는 순간’이다
“나는 평소 팀원들에게 잘 대해요.”
“잠깐 표정이 굳었을 뿐인데 왜 그걸 그렇게 크게 받아들이죠?”
이 질문은 피크엔드 법칙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입니다.
직원들은 “전체의 평균”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리더가 보여준 단 몇 초가 전체 경험을 대표하는 압축 파일이 되는 것입니다.
✨ 따라서, 리더의 리더십이란
모든 순간을 완벽히 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이 기억하게 될 ‘대표 장면’을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즉, 다음 두 가지가 리더십의 품질을 결정합니다.
• 감정이 피크로 올라오는 순간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 대화의 마지막 인상을 어떻게 마무리하는가
조용히 설명을 듣고 있던 리더는 눈을 반짝이며 얘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정말 중요한 순간들을 놓치고 있었던 거네요.”
🎯 리더십 스킬/TIP 세부 설명(링크)
• [리더십스킬/TIP/피크엔드] 직원들은 단 몇 초의 순간으로 리더를 기억한다 - 대니얼 카너먼의 대장 내시경 연구
4. 메라비언 법칙 - 말보다 ‘어떤 느낌’을 먼저 읽는다
피크엔드 법칙을 이해한 리더는 아래와 같은 중요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럼… 팀원들은 제 표정이나 말투를 실제로 그렇게 크게 받아들이나요?”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메라비언 법칙(Mehrabian’s Rule)입니다.
리더가 감정적 순간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팀원이 받는 인상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메라비언 법칙이란
사람이 ‘감정과 태도’가 담긴 메시지를 해석할 때, 뇌는 다음 순서로 정보를 신뢰합니다.
1) 표정·제스처 같은 비언어(55%)
2) 말투·속도·강도 같은 음성 정보(38%)
3) 실제 단어·문장 같은 언어 정보(7%)
즉, 리더가 무엇을 말했는지보다, 그 말을 어떤 분위기로 말했는지가 훨씬 강하게 인식됩니다.
🔍 같은 문장, 다른 해석
한 리더가 어제 그리고 오늘 다음 문장을 얘기했다고 가정합니다.
“이 부분 다시 한번 볼까요?”
같은 문장이지만, 직원들은 어제와 오늘의 메시지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 표정이 굳은 채로 말하면 → “리더가 화났다”
✔ 말투가 날카로우면 → “내가 실망을 드렸나?”
✔ 말이 빠르면 → “뭔가 잘못됐구나”
리더는 아무런 의도도 악의도 없지만, 직원들은 감정적 신호로 해석한다는 것이죠.
🧠 왜 이런 ‘착시’가 생길까?
사람의 뇌가 위협을 먼저 감지하려는 생존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 단호한 말투는 경고 신호처럼 들리고
• 굳은 표정은 화남으로 해석되며
• 짧은 한숨도 실망으로 느껴집니다
즉, 의도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감정적 안전 여부를 체크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리더는 “나는 차분하게 얘기했다”고 생각하지만, 직원들은 “그 순간 분위기가 너무 차가웠다”고 기억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까지 대화가 진행되자… 리더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제가 말한 내용이 아니라…
제가 풍기는 분위기가 그들에게 더 큰 메시지였군요.”
🎯 리더십 스킬/TIP 세부 설명(링크)
5. 변화의 시작
피크엔드 법칙과 메라비언 법칙을 이해한 뒤, 리더는 처음으로 “바꿀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문제는 권한 부족이 아니라, 감정이 전달되는 ‘대표 순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실천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 감정이 올라올 때 ‘3초 멈춤’
• 짜증이 올라오는 순간, 말을 이어가거나 표정이 굳곤 했는데,
• 감정이 피크로 치솟는 순간, 그 장면이 리더 전체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기 때문에
• 첫 번째 실천은 아주 간단합니다.
“말하기 전에, 표정이 먼저 정리되도록 3초 멈추기.”
🖍️ 이 짧은 멈춤이 감정적 피크를 만들지 않는 가장 강력한 기술입니다.
🔵 대화의 마지막을 의도적으로 ‘안정된 톤’으로 마무리
• 피크엔드 법칙의 두 번째 요소는 대화의 끝(End),
• 즉 마지막 인상은 전체 대화의 의미를 다시 쓰는 힘이 있습니다.
• 따라서, 대화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덧붙이기로 했습니다.
“혹시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다시 이야기해도 좋아요.”
“이 문제는 함께 해결해봅시다.”
“저는 ○○님을 신뢰하고 있어요.”
🖍️ 대화의 끝이 안정되면, 직원들은 대화 전체를 ‘협력적인 분위기’로 기억합니다.
🔵 감정 로그 작성 -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
• 리더는 자신의 표정이나 톤의 변화를 잘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 그래서 자신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감정이 튀어나오는지를 기록하는 감정 로그를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 이는 리더가 “내가 어떤 순간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가”를 패턴으로 파악하게 해 주는 매우 강력한 도구입니다.
🔵 실제 대화를 기반으로 한 피드백 훈련
• 다음 코칭 세션에서는 리더가 팀원과 나눈 실제 대화 장면을 가져와 코치가 표정·톤·문장 구조를 함께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 이 과정은 단순히 스킬을 교정하는 작업이 아니라, 감정이 어떻게 전달되고 해석되는지를 몸으로 배우는 학습 과정입니다.
6. 리더십 = ‘감정의 순간’ 설계
이번 사례에서 드러난 핵심은 하나입니다.
리더십의 품질은 리더가 의도한 행동이 아니라,
팀원이 기억하는 감정의 순간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입니다.
HR과 리더에게 이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명확합니다.
🟦 리더십 교육의 초점은 ‘스킬’에 앞서 ‘감정 인식’이어야 합니다
많은 조직에서 리더 교육은 보고·지시·코칭 스킬 중심으로 설계됩니다.
하지만 이 사례는 보여줍니다.
✔ 팀원에게 남는 건 ‘리더가 무엇을 말했는가’가 아니라
✔ 그 순간의 표정·톤·대화 분위기라는 사실을.
즉, 감정을 인식하고 다루는 기초 역량이 없으면 어떤 스킬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 다면진단은 ‘기술 평가’가 아니라 ‘감정 경험의 기록’입니다
리더들은 종종 다면진단 결과를 “팀원이 나를 기술적으로 평가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 다면진단은 리더와 마주했던 감정 경험의 하이라이트
✔ 팀원이 기억하는 대표 장면의 압축 파일
✔ 즉, 피크엔드·메라비언 효과의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다면진단이 낮게 나왔다면, 리더십 스킬보다 먼저 감정의 순간들을 점검해야 합니다.
🟦 조직문화는 ‘평균적 행동’이 아니라 ‘기억되는 순간들’이 만듧니다
조직이 아무리 친밀해 보여도, 한 번의 감정적 피크가 팀 분위기를 바꿉니다.
반대로, 리더가 마지막에 건네는 따뜻한 한 문장은 팀의 심리적 안전감을 크게 회복시킵니다.
HR이 조직문화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규정·프로세스뿐 아니라, 다음 두 가지입니다.
✔ 리더가 어떤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 팀원이 어떤 감정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가
🟦 리더십의 본질은 '관계의 리듬'을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이 사례에서 리더는 권한이 없어서 무너진 것이 아니라, 감정이 전달되는 리듬을 잃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리더십은 거창한 비전 제시가 아니라,
✔ 감정이 올라올 때의 멈춤
✔ 마지막 문장의 안정된 톤
✔ 팀원이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대화 구조
이 세 가지를 조율하는 ‘리듬 설계’에 가깝습니다.
🟦 HR이 가장 먼저 리더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스킬이 부족한가?", "조직 구조가 문제인가?"가 아니라, 다음입니다.
“팀원들이 기억하는 리더님의 대표 장면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리더십 개선의 방향은 이미 절반 이상 잡힌 것입니다.
리더는 모든 순간에 완벽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표 순간은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몇 초의 순간이 팀의 신뢰, 몰입, 다면진단, 조직문화 모두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사례는 리더에게 ‘감정의 순간을 설계하는 능력’을 되찾아준 시간이며,
HR에게는 리더십 개발의 우선순위를 재정의하는 메시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