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갈등관리] 팀 내 갈등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해결하는 법 (1) 핵심 기술

By 김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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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 23.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역할이 겹치고, 목표가 충돌하며, 커뮤니케이션의 오해가 쌓이면서 갈등은 언제든 팀 안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갈등은 단순히 의견 충돌에 그치지 않습니다. 감정적 골이 깊어지고, 오해가 커지며, 결국 협업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협력해야 하는 오늘날의 조직에서는, 갈등을 감지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갈등 그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팀의 건강성과 성과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갈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갈등을 잘 다루는 팀은 더 강력한 신뢰 기반을 쌓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며, 정서적으로도 더 건강한 협업 환경을 만들어냅니다.
오늘 소개할 리더십 도구는 Marshall B. Rosenberg 박사의 고전 《Nonviolent Communication: A Language of Life》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대화법을 넘어서, 진짜로 갈등을 풀어내는 내면적 태도와 구조적 대화 방식을 알려줍니다.
1. 왜 갈등 상황에서 '비폭력 대화'가 필요한가?
팀 내 갈등은 종종 감정이 상하고, 말이 꼬이며, 불신이 깊어지는 방식으로 확산됩니다. 리더가 개입하더라도,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거나 갈등을 심화시키는 경우도 흔합니다. 특히,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려고 하거나 '누가 더 옳은지'를 판단하려 할 때, 구성원들은 방어적으로 반응하고 대화는 더욱 경직됩니다.
갈등은 단지 정보 부족이나 의사소통의 오류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되지 않은 감정과 충족되지 않은 욕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갈등 관리는 단순한 논리적 조율이 아닌, 감정과 욕구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욕구를 진심으로 들을 수 있을 때, 갈등은 협력으로 전환된다."
비폭력 대화(NVC)는 바로 이 '욕구 중심의 이해'를 기반으로 갈등을 해소합니다. 단순한 중재 기술이 아니라, 리더로서 상대를 인간적으로 대하고, 자신의 판단과 감정을 분리하는 연습이 핵심입니다. 갈등을 단절의 위기가 아닌, 연결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구조화된 대화 방식이 바로 NVC입니다.
비폭력 대화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팀원 간 신뢰를 쌓고,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하며,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문화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리더십 도구입니다.
2. 갈등을 해결하는 비폭력 대화 4단계
Rosenberg는 갈등 상황에서 다음의 4단계를 통해 건강한 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각 단계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화되어야 합니다.
1. 관찰 (Observation):
• 평가나 해석 없이, 실제로 일어난 상황을 객관적으로 서술합니다.
• 예: “회의 중 당신이 세 번 C의 말을 끊었습니다.”
❌ "당신은 늘 무례해요" → ⭕ "오늘 회의에서 세 번 말을 끊으셨어요"
카메라처럼 장면을 묘사하듯 말하세요. 감정을 섞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2. 감정 표현 (Feeling):
• 관찰한 행동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켰는지 표현합니다.
• 예: “그 순간 저는 당황스럽고 불편했습니다.”
❌ "기분 나빴어요" → ⭕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감정 리스트를 참고해 정확한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세요.
3. 욕구 인식 (Needs):
• 감정의 원인이 되는 내면의 욕구를 명확히 밝힙니다.
• 예: “저는 모두가 평등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회의 문화를 원합니다.”
'내가 왜 이렇게 느꼈지?'를 반복적으로 질문하며 진짜 욕구를 찾아보세요.
4. 요청하기 (Request):
• 갈등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행동을 요청합니다.
• 예: “다음 회의에서는 누군가 말할 때 끝까지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 "좀 알아서 해주세요" → ⭕ "발언 중에는 멈추지 않고 들어주시겠어요?"
'지금 당장 가능한 작고 구체적인 요청'일수록 효과적입니다.
이 네 단계는 리더가 직접 사용할 수도 있고, 팀원 간 갈등 중재 시에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비난 없이 감정과 욕구를 명확히 하고,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3. 반복된 충돌을 신뢰로 전환한 사례
🟠 문제 발생
• 개발자 B와 마케터 C 사이의 반복된 갈등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2달째 정체
• 단순한 의견 충돌을 넘어, 인신공격성 발언과 상호 무시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
- 팀원 중 일부는 이 상황 때문에 퇴사를 고려
🟡 리더의 인식과 개입 결정
• 개발팀장 A는 갈등이 격화된 초기에는 개입을 주저
- 양측 모두 업무 역량이 뛰어난 인재여서 "서로 알아서 풀겠지"라고 기대
• 상황은 점차 악화, 회의 시간에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냉소적 언행 및 감정 섞인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 팀 전체의 분위기까지 영향을 받게 되자, A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 비폭력 대화 기반 중재
• A는 비폭력 대화(NVC)의 4단계를 활용해 중재 시도
- 각각 당사자와 1:1 대화 진행 및 다음과 같이 접근
• B에게는:
- "어제 회의에서 C의 발표 중 끼어들거나 논조를 비꼬는 발언을 한 것을 봤습니다.
- 저는 그 상황을 지켜보며 불편했고, 팀 내 존중 문화가 약해지는 것이 우려되었습니다.
- 우리 모두 각자의 의견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다음 회의에서는 발표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피드백은 제안의 형식으로 해주실 수 있을까요?"
• C에게는:
- "이메일에서 당신이 B의 업무 진행을 '무책임하고 비전문적'이라 표현한 문장을 봤습니다.
- B는 그것이 모욕적이라고 느끼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 팀 내에서 문제를 지적하되, 관계를 해치지 않는 표현을 지향합니다.
- 다음부터는 문제를 비난이 아닌 개선 제안으로 바꿔 표현해주실 수 있을까요?"
• 팀 전체 회의의 일부를 ‘소통 개선 루틴’으로 전환하고, 감정의 징후를 공유할 수 있는 정서적 체크인 시간을 신설
🔵 갈등 완화 및 팀 문화의 회복
• 몇 주 후, 두 사람 모두 회의에서 발언을 자제하거나 더 정중한 언어를 사용하는 변화
• 이후 프로젝트는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고, 팀 내부의 긴장감도 완화되었으며, 다른 팀원들도 이 과정을 통해 "리더가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건강하게 다룰 수 있다"는 신뢰를 갖게 되었음
4. 리더의 갈등 감지 & 해결 전략
비폭력 대화를 익히더라도, 일상에서 갈등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실제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실천적 전략이 필요합니다. 아래의 세 가지 전략은 리더가 갈등 상황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해결하는 데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핵심 방법입니다.
1. 감정의 언어를 배웁니다
• 갈등의 80%는 감정의 미인식 또는 오해에서 시작됩니다.
• 팀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짜증나요', '답답해요' 같은 표현 뒤에는 보다 구체적인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 예: '짜증'은 사실상 '존중받지 못했다', '기대와 달랐다', '무시당했다'는 감정일 수 있습니다.
• 감정 어휘 리스트를 팀에 공유하거나, 회의나 1:1 면담 중 자연스럽게 감정 언어를 구체화하는 연습을 함께 해보세요.
- 예: "짜증나요" → "내 아이디어가 존중받지 못한 느낌이에요"
회의 전에 "오늘 감정은 어떤 색깔인가요?" 같은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해보세요.
2. 정기적인 피드백 루틴을 만듭니다
• 갈등은 누적될수록 감정이 강해지고, 표현되기 어려워집니다.
- 따라서 감정과 오해를 조기에 표출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 팀 내 정기적인 '감정 피드백 타임'을 월 1회 이상 가볍게 운영해보세요. 커피챗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 예: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점심 → '이번 달 가장 불편했던 순간 1가지' 공유하기
이 시간은 '문제 해결'보다 '공감과 표현'에 집중해야 합니다.
3. 중재가 아닌 구조를 설계합니다.
• 리더가 모든 갈등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갈등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 팀 회의에서 토론 전에 비폭력대화 4단계를 리마인드하고, 피드백을 제안형 문장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도입해보세요.
- 예: "이 방식은 비효율적이에요" → "이 방식 대신 이런 대안을 제안드려요. 어떤가요?"
리더의 역할은 '심판자'가 아니라 '구조 설계자'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구조가 아니라, 말해야 안심할 수 있는 팀 문화를 만드는 것이 갈등을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리더십입니다.
5. 갈등은 위기가 아닌, 리더십의 기회입니다.
리더는 갈등을 제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갈등을 새로운 이해와 협력의 기회로 전환시키는 촉진자입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언어'가 있고, 그 언어의 구조를 바꾸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비폭력대화는《Nonviolent Communication》은 감정을 말하고, 욕구를 인식하며,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훈련을 통해 갈등을 신뢰로 바꾸는 리더십의 언어를 제공합니다.
지금 당신의 팀 안에, 말하지 못한 불편함이 있다면 — 오늘, 리더가 먼저 말을 걸어보세요.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라고.
그 질문 하나가, 새로운 팀 문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