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의사소통력]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 (1) 핵심 기술

By 김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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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 17.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일합니다. 하지만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어떤 리더의 말은 명확히 각인되고, 어떤 리더의 말은 끝난 직후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 차이는 단지 화법이나 언변이 아니라, 정보를 정리하고 전달하는 '구조'에 있습니다. 특히 리더는 의사결정자이자 커뮤니케이터로서, 조직의 방향과 전략을 명확히 공유해야 하며, 그 전달 방식은 리더십의 설득력과 직결됩니다.
많은 리더들이 이렇게 고민합니다. "내가 한 말이 왜 자꾸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왜 보고를 들은 후에도 구성원들은 혼란스러워할까?" 이는 단순히 말하는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설계해서 전달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리더의 말 한마디는 방향이 되고, 조직 전체의 흐름을 바꿉니다. 그러나 아무리 중요한 메시지도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를 잃습니다. 특히 복잡한 이슈,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힌 상황, 전략적 선택을 요구하는 시점에서 리더의 전달력은 곧 리더십 그 자체가 됩니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구조화해서 전달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집니다. 이때, 세계적인 컨설턴트 바바라 민토(Barbara Minto)가 제시한 '피라미드 구조 사고(Pyramid Principle)'는 리더가 메시지를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핵심 도구가 됩니다.
1. 피라미드 구조란 무엇인가?
피라미드 구조는 바바라 민토가 맥킨지 컨설턴트 시절 개발한 커뮤니케이션 모델로, 정보 전달을 '결론 중심'으로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를 위계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름 그대로 피라미드 형태로 정보를 배치하며, 핵심 메시지를 꼭대기에 두고, 그 아래에 이유(근거), 세부사항, 데이터 등을 단계적으로 배열합니다.
이 방식은 복잡한 생각이나 방대한 정보를 간결하고 설득력 있게 정리할 수 있게 해주며, 수신자가 빠르게 전체 메시지를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히 조직 내 보고서, 전략 발표, 고객 프레젠테이션, 팀 회의 등 다양한 비즈니스 상황에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민토는 이 구조를 통해 메시지의 효과를 높이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1. 위에서 아래로(top-down) 결론을 먼저 말한다
- "고객 불만이 증가하고 있습니다"라는 결론을 먼저 말하고, 그 다음에 그 이유를 설명
. 이유: 배송 지연, 품질 문제, CS 응답 지연 등
2. 동등한 수준의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그룹화한다
- "매출 하락의 원인"이라는 상위 주제를 설정한 뒤,
- 이를 '내부 요인(재고 부족, 마케팅 실패)'과 '외부 요인(경쟁 심화, 시장 위축)'으로 묶음
3. 각 그룹 내 항목들은 MECE(서로 겹치지 않고, 빠짐없이)를 만족해야 한다
- 고객 유형을 나눌 때 '기존 고객, 신규 고객, 이탈 고객'처럼 중복 없이 전부 포함되도록 나눔
- '소형/대형 고객, VIP 고객'처럼 기준이 섞이면 MECE가 깨짐
이제 이 피라미드 구조가 왜 필요한지를 살펴보겠습니다.
2. 왜 피라미드 구조가 필요한가?
회의 시간은 짧고, 리더에게 집중되는 시간은 더욱 짧습니다. 구성원들은 단편적 정보보다, 핵심 메시지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를 먼저 알고 싶어합니다. 특히 고위 경영진 회의나 전략 브리핑처럼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자리에서는, 메시지가 복잡할수록 그 전달 방식은 더욱 간결하고 구조화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새로운 시장 진출 전략을 보고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 비구조적인 전달 방식: "이번에 동남아 시장 진출을 기획 중인데요, 인도네시아는 시장 잠재력이 크고, 말레이시아는 법적 요건이 조금 까다롭고, 베트남 쪽은 인프라 이슈가 있어서…"
✔︎ 피라미드 구조 적용 예: "이번 동남아 진출 전략의 핵심은 '단계적 진입'입니다. 그 이유는 1) 인도네시아의 수요 확대, 2) 말레이시아의 제도 리스크, 3) 베트남의 인프라 준비 미비입니다."
→ 이렇게 전달하면, 전략의 방향이 무엇이고, 왜 그 전략이 필요한지를 즉시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사람은 구조화된 정보를 더 빠르고, 더 오래 기억합니다."
리더가 정보를 구조화하지 않고 이야기할 경우, 메시지는 퍼지고 맥락을 잃으며,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반면 피라미드 구조는 다음의 순서로 메시지를 정리합니다: 구성원들은 단편적 정보보다, 핵심 메시지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를 먼저 알고 싶어합니다.
3. 회의, 보고, 프레젠테이션 적용
민토의 피라미드 구조는 리더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접점에서 실전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 3가지 상황에서 그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1. 회의: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고, 토론의 초점을 잃지 않게 함
• 회의 시작 시 "오늘 회의의 결론은 A이며, 이를 위해 세 가지 논점(B, C, D)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 참석자들이 목적과 구조를 분명히 이해
• 회의록도 피라미드 구조에 맞춰 작성하면, 회고나 실행 아이템 관리가 훨씬 수월해짐
2. 보고서 및 이메일: 상대가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핵심을 이해하게 함
• 상사가 받는 보고서의 80%는 바쁜 일정 속에서 '처리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 구조화된 보고서는 1분 만에 결론을 파악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
• 이메일, "요청사항: 다음 주 화요일까지 보고서 제출 필요. 이유: 분기 전략 회의 안건 포함 예정." 식으로 상단에 결론부터 제시
3. 프레젠테이션: 청중의 집중력을 유지하고, 메시지를 각인시킴
• 청중은 첫 2~3분에 발표의 방향성과 구조를 파악하려고 함
• "오늘 말씀드릴 핵심은 이 세 가지입니다..."로 시작하면
→ 청중은 구조를 갖고 메시지를 따라갈 수 있
• 슬라이드 구성에서도 피라미드 구조를 반영
- 각 슬라이드에 핵심 결론 → 근거 → 예시 순으로 배열하면 이해도와 설득력이 높아
예시:
- "최근 고객 이탈률이 늘고 있는데요, 여러 이유가 있어요. 첫째, CS 대응 시간이 늦고요. 둘째, 경쟁사 서비스가 더 빠르다는 피드백도 있고..."
→ 정보는 많지만 구조가 없어 듣는 사람의 기억에 남지 않
- "고객 이탈률 증가의 핵심 원인은 '서비스 경험 저하'입니다. 그 이유는 1) CS 응답 지연, 2) 경쟁사 대비 느린 처리 속도, 3) 앱 사용성 문제입니다."
→ 메시지 구조와 중점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음
이러한 정리는 리더의 사고를 구조화하고 '핵심을 붙잡는 힘'을 기르게 합니다. 또한 단순한 말하기 기술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바꾸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 회의 운영 방식, 이메일 구성 등 다양한 접점에서 리더의 전달 방식이 바뀌면, 팀 전체가 명확성과 간결함을 기준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는 생산성과 판단력을 동시에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 됩니다.
4. 리더의 말은 더 적게, 더 명확하게, 더 강력하게
정보는 많을수록 혼란을 부릅니다. 리더는 정보의 '총량'보다 '전달 방식'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바바라 민토의 피라미드 구조는 단순하지만 실천이 어렵고, 익히면 평생 쓰는 도구가 됩니다. 말이 많은 리더가 아니라, 말이 구조화된 리더가 되는 것. 그것이 정보를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리더의 출발점입니다.
리더가 이 구조화된 커뮤니케이션을 일상에서 실천하려면 팀원들에게도 구조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함께 가르쳐야 합니다. 회의 전 아젠다 작성, 보고서 템플릿 표준화, 슬라이드 리뷰 기준 마련 등은 모두 리더가 피라미드 구조를 문화로 확산시키는 방법입니다.
'핵심을 말하라, 구조를 가져라, 그리고 그 구조를 반복하라.' 이것이 정보 전달의 기술을 뛰어넘어, 커뮤니케이션 리더십을 완성하는 길입니다.